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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안양시장배 여자 은배부 경기를 끝내고.

                        테니스가 뭐길래

 

어제는 정말 꿈같은 하루였고 정신 차리고 보니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 글을 씁니다. 

 

어젯밤, 귀가해서 살펴 본 두 다리는 피멍투성이.

8강부터 얼마나 많은 분들의 얼마나 많은 땀의 결과일까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고마운 마음,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테니스가 뭐길래……. 

 

매 대회마다 누구나 나름의 목표는 있을 테지요. 대진표를 보니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 4강 진출이 1차 목표였고, 최종목표는 우승이었습니다. 결국 최종목표달성엔 실패. 

 

적수로 만났음에도 클럽 선후배와 테니스를 즐기는 동호인이란 인연으로 근육경련으로 주저앉은 제게 마사지 해주시고 경기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경기시간 지연시켜 주신 상대 선수에게서 배려하는 마음과 스포츠 정신을 몸소 체험한 하루였습니다. 

 

결승 초반에 메디컬타임을 사용한 후, 경기 내내 스멀거리는 근육경직현상에 서 있질 못하고 종종거리며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두 다리에 애원하며 견딘 상태였습니다. 한 두 게임 남겨둔 후반 서브경기에서 비복근 파열정도의 뻐근함에 꼼짝하기가 어려워 더 이상 진행은 불가능해 기권 의사를 전달하자 괜찮다고, 아쉽지 않다고 위로해준 안양원탑의 19세 연하 조카 같은 파트너. 마지막 경기에서 꼼짝 못하는 제 몫까지 다 하느라 종횡무진 코트를 휘젓고 다닌, 그럼에도 불구하고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의 해맑은 표정을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견뎌보라는 대신 언니 몸이 1순위라며 언제든 기권해도 된다고 몇 번이나 말했으니까요. 

 

그때부터 긴장이 풀려선지 드러누워 있는데 차가운 코트의 기운도 느껴지고 발바닥부터 무릎, 허벅지, 등 근육까지 경직되기 시작해 사실 좀 무서웠어요. 20대 후반에 테니스 입문해 20년 공백기 이후 5년만에 첫입상인데 시상식 단상 대신 차가운 코트 신세를 지고 있는 현실이 참 서글프기도 했구요.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그렇게 풀어줘.” 

 

어느 분의 농담이 제게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주었고, 분명 가정에서도 따뜻한 손길 나누며 사실 분들이란 생각은 오늘도 변함없습니다.  4,5십 분 이상은 족히 응급치료해주신 안양시테니스협회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발가락 세워 진정시키려 애써주신 하모니 회원 분, 수지침으로 민간요법치료해주신 분, 마약성 파스 뿌려주신 분, 윗도리 벗어 체온관리해주신 분, 관전석에서, 클럽 단톡방에서 응원해주신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각임에도 어깨주사 두 방으로 통증 잡아주고 근육 이완 시켜주며 팀닥터 자청해주신 원장님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더군요.  고맙습니다.

 

현재 제가 보필하고 있는 안양무지개 회장님은 대회 전 날 제가 회춘하는 꿈까지 꿔주시고, 안양어머니 회장님께선 제가 자주 드러눕는 바람에 신경이 곤두서 오늘 오전까지 목이 잠겨 계시더군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건강관리 더 신경 써겠습니다. 

 

다시한번 되뇌게 됩니다. 테니스가 뭐라고.

그럼에도 언젠가 제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요.

테니스가 뭐냐면  할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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